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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혼 권하는 사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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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김종식 작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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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진건의 단편소설 중에 ‘술 권하는 사회’라는 것이 있다. 주정꾼으로 전락한 한 청년이 술 권하는 사회에 그 책임을 전가한다는 내용의 줄거리이다.

그런데, 지금은 이혼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. 박철-옥소리 연예인 부부가 이혼할 것이라는 소식이 언론 매체를 도배질하고 있는 가운데, 한 젊은 연예인 커플이 올린 결혼식 방송을 보면서 느낀 심정이다.

인천공항에서 들어오는 버스안에서 본 이 방송은 ‘결혼식은 힘들어’라는 제목부터 가관이었다.
비록 결혼식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“아휴 힘들어, 축의금은 많이들 하셨나요?”라고 말했다손 치더라도 이걸 내 보내는 언론 매체는 앞뒤를 분별할 줄 알아야 했다. 거기다가 앵커는 한 술 더 떠서 “신랑은 결혼식이 처음이라......”라는 내용의 코멘트까지 섞어 가며 방송을 진행했다.

이런 말들은 인생 일대의 경건한 결혼식을 올리고 살아 가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“결혼식은 두 번 이상 하는 거야”라고 속삭이는 사탄의 말과 다를 바 없다.

신부 아버지의 언동도 신중하지 못하였다. 신부를 대동하여 입장한 아버지는 신랑에게 눈을 부라리며 “도적놈”이라는 말을 한 뒤에 신부의 손을 놓아 주었다. 도적놈에게 시집가는 딸이 앞으로 어떻게 남편을 존경하며 살아갈 지 걱정이 앞섰다.

마지막으로 점잖게 내 보내는 앵커의 코멘트는 그야말로 신랑 신부의 이혼을 기다리는, 아니 이혼을 권하는 강력한 메시지처럼 들렸다.
“커플의 앞날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합니다.”라는 말이 도대체 갓 결혼한 커플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말이겠는가? “두 분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빕니다”라는 말이 상식적이지 않았나 싶다.

이런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는 데도 문제없이 지나가는 한국이라면 우리 부부는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죄를 지었다.
세 든 젊은 부부가 이혼하기 위해 법원까지 간 것을 알고는 어떻게든 화해를 시키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. 그 부부는 결국 화합하여 성가대원이 되었고, 아파트도 사고 사업을 일으켜 든든한 가정을 이루었으니 어찌 죄인이 아니겠는가.

이혼율 세계 1위 초읽기, 이혼율 47.4%, 매년 결혼하는 2쌍 가운데 1쌍이 이혼하는 셈, 이혼 천국 등의 기사 제목 대신 행복한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 한 편이 참으로 그리워지는 가을이다.
< 출처 : 세계기독교박물관 www.segibak.or.kr 김종식 장로 칼럼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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